안녕, 영원한 나의 고향역. 성북역. 철도 (지하철포함)

  2013년 2월 25일부터 수도권 전철 1호선 성북역광운대역으로 역명이 바뀌었습니다. 1974년 8월 15일 수도권 전철 개통당시 시종착역이었고, 지금도 일부 열차의 시종착역인 성북이라는 명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지요.
2000년 11월 5일에 촬영한 철도청 시절 성북역의 모습.
2000년 10월 13일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소식이 국내에 전해진 후 걸린 축하 현수막이 걸려있다.

  특별히 저에게 있어서 '성북역'이나 '성북행 열차'는 뜻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동대문구 휘경동에서 태어난 저는 1991년경에 성북역 인근 아파트로 이사를 하여 제 유년시절 대부분을 지냈었습니다. 유년시절 성북역 벤치에 앉아서 인천과 의정부를 오가는 전동차의 모습을 보면서 커왔고, 성북역이 있었기에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열차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게 된 계기가 된 거였죠.

  아무 걱정이 없이 행복한 기억 뿐이었던 유년시절의 기억과 풍요의 1990년 초반의 시대상. 그리고 그 한 가운데에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전철역인 성북역과 집으로 향하는 성북행 전동차가 언제나 있었습니다. 1996년에 월계동을 떠나 하계동에서 10년을 지내지만 이런 기억으로 저에게는 성북역은 고향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습니다.
2000년 11월 5일에 촬영한 철도청 시설 성북역의 모습. 2002년 로마자 표기법 개정 이전의 영문 표기가 눈에 띈다.

  성북역의 역사 자체는 1939년 연촌역 개통 당시부터 시작하고, '성북'이라는 역명을 얻게 된 것은 1963년입니다. 당시에는 성북역의 위치가 성북구 관할이었으나 행정구역의 변경으로 노원구가 신설되면서 성북역은 노원구 월계동에 위치하게 되었지요.

  이러한 문제로 '성북구에 있지 않는데도 성북이라는 역명을 쓰는 것은 혼란이 발생한다' 등의 의견이 꾸준하게 제기되었고, 성북역의 역명변경 논의는 2000년대부터 꾸준히 이어왔습니다. 결국 지난 2011년부터 역명 변경을 위한 사전작업이 실행되더니 결국엔 이렇게 '광운대역'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2000년 11월 5일에 촬영한 성북역 역명판과 시계탑. 이런 시계탑형 역명판은 오래 전 사라졌다.

  성북역은 경춘선 기점이기도 했고 실제로 제가 어릴 적만 해도 성북발 춘천행 비둘기호나 통일호가 있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무궁화호는 전부 청량리역에서 출발했던 기억이 나네요.

  성북역은 경춘선의 기점이자 수도권 전철 1호선의 기종점. 그리고 성북승무사무소와 구로차량기지 성북분소가 있고 인근에 현대자동차 출고장과 시멘트 공장까지 있었기에 '성북지역관리역'이라는 지역관리역의 위상을 가지던 대형 역입니다.
2000년 11월 5일에 촬영한 성북역 역명판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성북역은 그 위상이 축소되고 말았지요. 인근 석계역이 6호선 지하철과의 환승역이 되고, 시내버스와의 복합환승역이 되어 그 위상이 커진 반면. 성북역은 경춘선 전철 출발역이 상봉역으로 변경되어 경춘선 기점의 지위를 잃었습니다. 더 이상 성북역에서는 춘천행 무궁화호 열차를 탈 수가 없게 되었지요.

 그리고 과거 성북지역관리역을 계승한 '수도권북부지사'가 성북역에 있었지만, 지금은 이문차량기지 내 '수도권동부본부'로 통폐합이 되었습니다. 언제나 빽빽하게 전동차가 유치되어 있었던 구로차량기지 성북분소 전동차 검수시설의 기능은 사실상 이문차량기지로 업무가 이관되어 지금은 거의 비어있다시피 한 상태이지요. 시멘트 공장도 지역 주민의 요구로 이전문제를 4년째 논의되고 있습니다.
철도청 시절 성북역 기둥 역명판

  이제는 성북이라는 이름마저 광운대역으로 변경되면서, 여러 상징을 가지고 있던 성북역이 인근 대학역으로 종속되어 버린 느낌이 듭니다. 대학교 이름을 역명으로 넣는 문제로 홍역을 많이 치뤘던 수도권 전철역이었기에 '광운대역'만큼은 피하기를 바랬지만, 인근에 상징할 만한 지역 랜드마크가 광운대학교 이외에는 없는 것이 컸던 것 같습니다.

  물론 성북역이 차후 고속철도나 수도권 교통 거점 복합역으로 변모할 경우에는 광운대역이라는 명칭을 다시 변경한다는 제약 하에 역명을 광운대역으로 변경한 것이라고 하네요.
한국철도공사 새로운 CI규정에 맞춘 성북역의 새로운 역명판. 2005년 8월 22일 촬영.

  월계동과 성북역을 떠난지 오랜 시간이 흘렀고, 저 또한 꼬맹이였던 유년시절을 훌쩍 지나갔지만, 어린 시절 어머니 손을 잡고 파란색 구형 전동차를 타던 저의 모습이 생각나면서 유년 시절의 따스했던 기억으로 향하는 그 곳. 성북행 전동차와 고향역인 성북역이었습니다.
성북역. 2005년 8월 22일 촬영.

  그래왔기에 성북역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여전히 역 건물은 그 자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이 역과 주변 풍경을 표시해왔던 상징인 '성북'이라는 역명을 잃는 것에 대해 크나큰 아쉬움을 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마치 이제는 더 이상 돌아갈 고향역이 없어진 것처럼, 가슴 한 켠이 뻥 뚫린 느낌이 들더군요.
  2013년 2월 23일. 아직 성북역이 광운대역으로 명칭을 바꾸기 사흘 전이었지만, '성북역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저를 성북역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만들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예상보다 빠르게 성북이라는 역명의 흔적을 지워나가고 있었습니다.
광운대역으로 바뀌는 성북역. 역명 변경 2일 전인 2013년 2월 23일 촬영.

  역 구내 역명판의 '성북'이라는 역명은 벌써부터 광운대역으로 하나 둘씩 변경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변경 하루 전에야 이렇게 교체 작업을 하기 때문에 적어도 2일 전인 이 당시만 해도 아직은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렇게도 빠르게 성북이라는 흔적을 지워나갈 줄은 몰랐네요.
  의정부 방면 2번선의 '성북'이라는 기둥역명판은 이미 사라졌고, 나머지 승강장에서는 아직 성북이라는 역명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잠깐이겠지요.
안녕, 성북역. 2013년 2월 23일 촬영.

  2013년 2월 23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성북역에서 역명 교체작업을 지켜보고, 인근 아파트 단지를 거닐면서 옛 유년시절 기억을 더듬었습니다. 저녁 8시가 넘어 성북역을 떠날 즈음 본격적으로 성북역이 광운대역으로 바뀌는 작업이 시작되었지요. 성북역에 붙어있던 기둥형 역명판들이 이렇게 하나 두개씩 철거되고 '광운대'라는 새로운 역명판이 부착되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2013년 2월 24일. 석계역.

  2013년 2월 24일, 역명 변경 하루를 앞둔 이 날도 성북역으로 향합니다. 성북역 바로 전 역인 석계역에서도 안내 표시판을 바꾸고 있더군요. 성북 방면이 광운대 방면으로 교체되었습니다.
2013. 2. 25(월)부터 성북역이 광운대역으로 역명이 변경됩니다.
  재미있게도 마지막 날의 역 구내 행선안내게시기에서는 '성북'이 아니라 '성북역'행으로 표시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전날 기존 '성북' 코드를 '광운대'로 교체를 해 놓고 임시로 다른 번지에 '성북역'이라는 코드를 넣어서 표시하고 있는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고향역 성북역으로 가는 마지막 길
역명판 교체 후 남은 흔적들의 모습. 2013년 2월 24일 촬영.

  성북역 2번선에 이렇게 역명판을 새로 교체하고 남은 잔해들이 방치되어 있습니다. 전날 저녁에 철거했던 기둥형 역명판은 벌써 처분한 모양인지 역명을 교체한 흔적은 이것을 제외하고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성북역 선상역사의 벽화. 2013년 2월 24일 촬영.
역명 변경 하루를 앞두고 모든 역명판이 새 이름 '광운대역'으로 변경되었다. 2013년 2월 24일 촬영.

  사실상 역명변경 하루 전부터 이미 성북역이라는 이름은 사라진 것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말끔하게 새 역명판으로 교체한 옛 성북역. 광운대역을 보고 있으니 새로운 역명에 대한 기쁨과 기대감보다는 아쉬움이 더 컸습니다.
  성북역 외부도 역명 교체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24일 오전에 '성북역'이라는 과거 역명판이 사라지고 이렇게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광운대역. 2013년 2월 24일 촬영.

  역 외부에 '광운대역'이라는 간판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건물 측면에 역명판이 부착된 자리는 원래 성북역의 역명판이 붙어있던 자리고, 새롭게 광운대역 역명판이 붙은 자리는 과거 '수도권북부지사' 간판이 붙어있던 자리입니다.
  역 외부의 세로형 역명판도 아침부터 '광운대역'으로 바뀌었더군요. 이렇게 1963년부터 이어온 성북역이라는 명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안녕, 성북역 (1963~2013).
그리고 이제는 광운대역으로.

  한때는 경춘선의 기점이자 수도권전철의 시종착역. 그리고 수도권북부의 중심역이었던 성북역은 그 기능을 많이 잃고 쇠퇴해갔습니다. 어린 시절 고향역으로서 따뜻한 기억이 남아있던, 그리고 성북역에 가면 유년시절 어린 나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던 성북역은 이제 광운대역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시작합니다.

  비록 성북이라는 역 이름을 잃었지만, 역 건물도. 풍경도 사실 크게 바뀐 것은 없습니다. 성북역을 역사 속으로 떠나보내지만 앞으로는 옛 성북역인 광운대역과의 새로운 기억을 만들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덧글

  • 미드나잇 2013/07/04 22:55 # 답글

    잘 읽었습니다. 많이 아쉽네요 ㅠㅠ
  • 루리카 2014/04/28 19:13 #

    이제는 역명변경한지 1년이 넘어서 다들 그냥 광운대역이라고 부르는게 별 위화감이 없어보이더군요^^;;
  • 문래 2013/07/06 09:12 # 삭제 답글

    잘보고갑니다. 이런저런 아쉬움이나네요.

    시계가 달린 역명판은 예전에 평택서 본것 같은데.
    없어져서 많이 아쉽네요 저 아이디어 괜찮은 것 같은데 말입니다.
  • 루리카 2014/04/28 19:14 #

    그러고보니 철도청 시절 역명판에 저렇게 시계 일체화된 것이 종종 있었죠. 다 이젠 추억입니다.
  • 개미 2013/10/18 01:14 # 삭제 답글

    그렇게 특별한 추억이있는 성북역이 역명이 바뀌어 너무 서운하셨겠어요,
    예전에 그근처에 친척이 살아서 몇번 가봤었는데 몇달전 느닷없이 광운대역으로
    바뀌어 영문도모르고 울컥 화가났었는데 이런 사장이 있었군요.
    각별한 애정으로 모든것을 카메라에 담아오신것에 존경을 표합니다.
  • 루리카 2014/04/28 19:14 #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성북역은 추억속에서 여전히 성북역으로 남아있을겁니다.
  • 버스운전기사 2016/01/12 23:03 # 삭제 답글

    귀차니즘도 있고, 또 님과 같은 분들도 있고 해서,
    저는 여전히 "성북(광운대학교)"라고 쓰고 있습니다. http://blog.daum.net/chuanstation/4431 Blog Story 한번 봐보세요.
  • 김용국 2016/03/03 06:57 # 삭제 답글

    잘 읽었습니다. 많이 아쉽네요 ㅠㅠ
  • 루리카 2016/06/12 02:12 #

    방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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