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된 서울노면전차 381호 철도 (지하철포함)

  1899년부터 1968년까지 서울의 대표적 교통수단중에 하나였던 노면전차가 폐지된지 40년이 넘었습니다. 시내버스와 자동차, 지하철도의 발전으로 전세계적으로 쇠락의 길을 걷던 노면전차가 신교통수단과 관광상품으로 다시 주목을 받는 움직임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구한말부터 1960년대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던 서울전차의 가치 또한 새삼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 다행입니다. 한 시대의 대표적 교통수단인 서울노면전차임에도 불구하고 1968년 폐지 이후 그 흔적을 찾아보기가 여간 힘든게 아닙니다. 전차 차량조차도 제대로 보존하지 못하고 있다가 뒤늦게나마 서울특별시에서 전차 381호를 복원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 2009년 서울역사박물관에 복원전시된 서울노면전차 381호의 모습

  1968년 11월 29일 서울전차 마지막 운행 후 현재까지 단 2대의 차량이 남아있습니다. 전차 363호381호인데, 전차 363호는 혜화동 서울과학관에, 전차 381호는 능동 어린이대공원에 전시되었습니다. 2대의 전차 차량의 전시상태는 썩 좋지 못했었습니다. 2007년까지만 해도 서울과학관의 363호 전차의 보존상태가 차라리 양호했고, 어린이대공원의 381호 전차는 흉물 수준으로 남아있었지요.
능동 어린이대공원 전시 당시의 전차 381호. 서울특별시 사진.

  90년대 초반에 부모님과 함께 능동 어린이대공원에 갔을때의 381호 전차의 상태가 얼핏 기억이 납니다. 증기기관차 두개와 함께 쇠창틀 사이에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곳에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때는 상아색-녹색의 도색이었는데 군데군데 녹이 슬어 도색이 벗겨진 상태였습니다. 앨범을 뒤져보면 필름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있을텐데 나중에 찾아봐야겠네요.
  2000년대 중반쯤 사진과 같이 흉측한 상태의 빨간색 도색으로 덧칠한 모양입니다. 눈을 감아버리고 싶었지요. 이런 상태로 관리한다면 보존할 필요가 없는겁니다. 급기야 2007년 능동 어린이대공원의 재단장 당시 흉물이 된 서울전차를 처치하기가 곤란해서 철도박물관에 기증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당시 신문기사에서 나온 것처럼 철도박물관 입장에서는 전시 공간도 부족할 뿐더러 노면전차는 철도공사와 전혀 상관이 없는 차량이라 난색을 표했지요. 서울특별시에서 뒤늦게 생각을 고쳐먹고 서울역사박물관으로 옮겨서 원형대로 복원하겠다고 한 것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 잘한 일입니다.
복원된 전차 381호의 내부

  18개월 동안 복원처리를 거쳐 새롭게 태어난 381호 전차의 내부입니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일정 시간을 지정해서 전차 내부를 구경할 수 있도록 했는데, 능동 어린이대공원에서 방치된 상태로 있던 그 차량이 맞는지 싶을 정도로 깨끗하게 수리가 되었습니다. 381호 전차는 1930년대에 일본 니혼차량(日本車輛)에서 제작되어 38년간 운행했다고 합니다. 30년대 최초 도입 당시의 원형이라기보다는 서울전차 폐지 당시였던 1960년대 운행상태로 복원되어 있었습니다.
차량 전두부쪽을 살펴봅시다.
① 주간제어기
② 브레이크 압력계
③ 행선지 표시기
④ 전차 신호종
⑤ 전차 노선도
주간제어기의 모습

  쉽게 말해서 전차를 운전하는 운전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전차의 속도 조절과 정지, 전진, 후진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지하철 차량도 기본적으로는 이 형태를 벗어나지 않습니다만, 노면전차는 더욱 단순하다는 것이 특징일까요. 표면에 미츠비시(三菱)에서 제작했다고 표시되어 있습니다. 일본산 전차이기에 주요 배장기는 미츠비시에서 제작한 모양이군요. 현재 서울 시내를 운행하고 있는 지하철 또한 미츠비시 부품을 쓰는 차량이 있습니다. 1930년대나 2010년이나 여전한 것 같네요.
전차 행선지 표시기

  쉽게 간과할 수 있을 행선지 표시부분을 이렇게 복원해놓았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381호의 최초 도입 당시였던 1930년대라면 아마도 이런 행선지표시기를 사용했다기보다는 길다란 판자에 행선지 표시판을 만들어서 전면부에 걸고 다녔을거라고 추측합니다. 지금도 일부 지하철 차량에 이런 방향막 행선필름 형식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적어도 60년대 말기인 서울전차 운행 최후에 임박해서 이렇게 개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현재 지하철 차량이 LED방식으로 대다수 바뀌긴 했습니다만, 이런 행선필름 형식은 형광등을 사용해서 행선필름을 밤에도 보이게 하고 있는데, 381호 전차는 백열전구를 쓰고 있는게 재밌네요.
목재를 사용한 차량 실내를 살펴보니 1960년대 당시의 차내광고를 복원해 놓은 것도 재미있는 볼거리입니다.
  지금처럼 세련되게 스티커나 인쇄물로 차내 안내문을 붙인게 아니라 스텐실 기법으로 안내문구를 적어놓았네요. '다음승객을 위하여 차례차례 안으로' 라던지 '자나깨나 불조심', '창밖으로 손을 내노면 위험'이라는 계도문구가 보입니다.
  차량 출입문은 현재 버스의 하차문처럼 슬라이딩 도어 형식입니다. 차량 측면에는 전면부와는 별도로 행선지 표시판을 끼워놓고 있군요. 광화문이라고 써있는 행선판을 치워보니 을지로행 행선지 표시판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아마 초창기부터 이런식의 행선지 표시판을 사용했고 60년대 중후반에 행선필름식으로 개조했다는 제 추측이 맞으리라 생각합니다.
  야간에는 전차 차량 내부를 둘러볼 수는 없지만 차내에 실내등이 은은하게 켜져서 더욱 보기 좋습니다. 차량 앞에는 '전차와 지각생'이라는 주제로 60년대를 재현한 인형이 있습니다. 한 중학생이 도시락과 준비물을 챙기지 못하고 전차에 올라탔는데 가족들이 쫒아와서 도시락을 건네주려는 모습이네요.
공존 : 1960년대의 전차와 2010년의 서울시내버스

  서울특별시의 팽창과 교통수단의 발달로 한 시대의 대표적 교통수단이었던 서울 노면전차가 이렇게 뒤늦게나마 원래의 모습을 찾은 것은 정말 다행입니다. 뒤늦게나마 가치있는 유물로 인식하고 원형으로 복원한 서울특별시의 모습을 보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역사인식이 성숙되고 있음에 큰 기쁨을 느꼈습니다. 흉물에서 복원되어 다시 서울의 풍경 속으로 녹아든 전차 381호를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어봅니다.



원형 복원된 전차 381호 외에도 서울 전차에 대한 다른 흔적을 찾아봅시다.
국립민속박물관의 1899년대의 전차 (재현품)

  경복궁 내 민속박물관 야외에 1899년 전차 개통 당시의 구한말 미국산 목재전차의 모습이 재현되어 있습니다. 1900년대 초반의 흑백사진을 토대로 재현한 차량이라 개통 초기의 서울 노면전차는 이런 모습이겠거니 상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미국산 전차와 일본산 전차가 혼합되어 운행되었던 서울전차인데 미국산 전차는 한대도 남아있지 않아 아쉬울 따름입니다.
국립서울과학관의 363호 전차

  381호 전차와 더불어 남아있는 363호 전차는 혜화동 국립 서울과학관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보존상태가 조약한데 381호 전차가 복원되기 전까지는 차량 내부를 살펴볼 수 있었던 것은 363호 전차가 유일했습니다. 마음같아서는 363호 전차 또한 381호 전차처럼 제대로 복원과정을 거쳤으면 좋겠습니다.
부천 판타스틱 스튜디오 529호 전차 (촬영용)

  SBS 드라마 '야인시대' 촬영을 위해 세워진 판타스틱 스튜디오 구내에 서울전차가 촬영용으로 재현되어 있습니다. 두 대가 존재하는데 괴상하게도 둘다 차호가 529호입니다. 차호는 동일한데 차량의 형태는 미묘하게 다르더군요. 실제로 전차선에서 전기를 공급받는 것이 아니라 내부 배터리를 통해 움직입니다. 비록 촬영용 재현품이라고 하지만 종로 화신백화점 건물 옆을 지나가는 전차를 촬영할 수 있기 때문에 전차 운행 당시의 일제시대~1960년대를 느끼기에는 충분했습니다.

  그 외에도 KBS수원드라마촬영센터 세트장과, 합천영상테마파크 내 세트장에 서울 전차가 촬영용으로 재현되었고,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8번출구 서울노면전차 차량기지가 있었다는 표시로 '전차차고터' 비석이 존재합니다.

덧글

  • 2010/09/15 19:5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루리카 2010/09/26 00:47 #

    어린이대공원 시절 381호 상태를 본적이 있는 제 입장에서는 복원된 381호 모습보고 어찌나 놀랐던지요.

    과학관 363호도 원상복원했으면 좋겠습니다.
  • AWDKUNi 2010/09/15 20:37 # 답글

    드림레일로드 이후로 간만에 보는 노면전차군요.
  • 루리카 2010/09/26 00:47 #

    그러고보니 드림레일로드에는 363호 전차를 올려놨었지요!
  • 2010/09/22 06:5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루리카 2010/09/26 00:48 #

    우왁! 이동네랑 가깝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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