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구입한 유럽의 기차 행선지 표시판 모음 철도 (지하철포함)

국적에 상관없이 모든 교통수단, 특히 기차에는 필수적으로 기차의 출발지와 도착지를 표시하는 행선지 표시판이 있기 마련입니다. 철도를 이용하는 승객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생각보다 행선지 표시판 자체에 주목하는 경우는 철도를 좋아하는 애호가들 외에는 별로 없지요.

제 블로그를 방문해 주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개인적으로 이제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아 용도폐기되는 열차나 버스에 사용하는 행선지 표시판을 몇 장 수집하여 보관하고 있습니다. 주로 국내 철도나 버스의 행선판을 가지고 있지만, 소위 롤지라고 부르는 행선지표시막 중엔 일본에서 사용하던 물건도 가지고 있지요.

그런데 이제는 한국과 일본의 행선지 표시판 뿐만이 아니라 지구 반대편 유럽의 철도 행선판도 제 컬렉션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작년 (2016년) 유럽철도여행을 다녀온 친구가 독일을 다녀온 여행 선물이라고 A4사이즈의 플라스틱 판 한 장을 건네준 것이 발단이 되었네요.
발단은 독일에 다녀온 친구가 건네준 바로 이 녀석

현역 철도 기관사인 친구가 유럽철도여행을 하면서 독일 뉘른베르크의 철도박물관을 갔는데, 박물관 기념품 샵에서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독일 철도 행선판을 파는 것을 발견했답니다. 

독일의 철도 행선판은 A4크기에 플라스틱 판으로 되어있는데 가격은 1~2유로 정도라고 해서 부담없이 구입해와서 여행 선물로 저에게 전해준 것이지요.

뜻밖에 지구 반대편 독일에서 운행하던 열차의 행선판을 선물로 받고 나니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제가 가보지 못한 나라, 제가 모르는 언어, 제가 알지 못하는 풍경을 보았을 이 녀석에 대해 궁금해졌습니다. 

독일어를 모르지만 아무튼 인터넷을 켜서 정보를 찾아봅니다. 독일어로 행선판은 Zuglaufschild라고 하더군요. 유럽 철도의 열차 행선판도 처음에는 철판에 고리가 있어서 열차 외부에 걸어놓는 형태로 사용하다가 A4크기의 플라스틱 판이나 마분지 재질로 객차 출입문 유리창에 부착하는 것으로 변경 되었습니다.

선물로 받은 행선판은 뮌헨발 슈반도르프행 인터레지오 열차에 쓰던 물건이네요. 옆에 날짜를 보니 2000년 4월에 만들어진 겁니다. 독일어와 영어 웹에서 찾은 정보를 조합해보니 지금은 독일철도에서 폐지된 등급인 인터레지오(InterRegio)열차에 쓰던 물건이고,해당 구간은 현재 바이에른 지방의 사철인 Alex열차로 전환되어 운행하는 모양입니다.

지난 2015년 7월에 보름간의 일정으로 서유럽 4개국 (영국,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을 다녀왔었는데, 정작 저는 그때 철도를 이용하면서 행선판을 목격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유레일 패스를 이용하여 주로 고속열차를 이용했었고, 그런 열차들은 이미 차량 도입당시부터 LED 전광판을 통해 목적지를 안내하고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아무튼, 독일을 중심으로 객차형 일반열차 출입문에 끼우는 이 행선판도 차츰 객차 연식의 도래로 인한 폐차와 LED 전광판으로의 교체 등으로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추세인가봅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특히 유럽의 철도강국 독일은 친구가 독일철도박물관에서 구입해 온 것처럼 수집가들이나 철도 취미를 향유하는 분들의 폐 행선지표시판 매매가 활발한 모양이더군요. 

독일 이베이에서는 아예 따로 열차에 사용하던 플라스틱 행선판을 이렇게 판매하고 있었던 것을 발견했고, 아예 별도의 카테고리로도 개설되어 있었습니다. 가격도 비교적 싼 편에 속해서 이참에 저도 독일 이베이에서 관심가는 열차 행선판을 몇 개 구매해 보았습니다.

파리 북역 (Paris Nord)발 함부르크 알토나(Hamburg-Altona) 행
야간열차(NachtZug) 행선판

사실 2015년 유럽여행을 하면서 독일을 가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행선판을 구입할때도 독일철도의 행선판이지만 주로 프랑스 파리을 기종점으로 하는 열차를 찾아서 구입하는 걸 목표로 했지요.

처음으로 구입한 것은 독일철도가 운행했던 야간열차 (DB NachtZug)의 행선판입니다. 프랑스 파리 북역을 출발하여 브뤼셀을 경유, 오스나브뤼크, 브레멘을 거쳐 함부르크까지 가는 열차였네요.

유럽은 워낙 넓기도 하고, 각국을 횡단하는 국제열차의 특성상 야간 침대열차 네트워크가 대단했습니다. 그 중 독일철도에서 운영하는 DB NachtZug (NZ)가 대표적이지요. 유럽을 횡단하는 침대열차가 대대적인 개편을 겪으면서 현재 폐지된 시티 나이트 라인(City Night Line : CNL)과 지금도 소수 남아있는 유로나이트(EuroNight : EN)로 통폐합되는 바람에 사용하지 않게 된 것 같습니다.

이 표지판을 구입하게 된 것은 파리 북역의 표시 때문이었는데, 일반적으로 파리 북역은 Paris Nord로 간소화하여 표기하지 저렇게 Paris Gare du Nord라고 프랑스어로 빼곡하게 다 적어놓는 것은, 특히 독일연방철도에서 만든게 저렇게 표시되어 나온다는게 대단히 이례적인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Paris Gare du Nord라고 써 있는 이 행선판을 볼 때마다 2015년 런던 세인트 판크라스 역에서 유로스타를 타고 파리의 릴(Lille)역까지 와서 테제베 열차로 갈아타서 북역까지 도착했던 긴 여정이 생각나네요. 도착하자마자 지하철 승강장에서 관광객의 캐리어를 낚아채가던 좀도둑을 눈 앞에서 목격했기에 뭔가 파리 북역의 이미지는 지금도 선진국 수도의 대표 철도역이라는 이미지에 맞지 않게 치안 사각지대라는 흉흉한 느낌으로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여행 기간 중 파리에서의 경험은 잊지 못할 시간들이었습니다. 다시 가보고 싶은 도시를 꼽으라면 주저않고 프랑스 파리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잘 모르는 프랑스어 안내방송이 떠들석하게 들리고, 수많은 관광객들이 뒤섞인 파리 북역을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을 기대합니다.  

파리 동역(Paris Est) 발 스트라스부르(Strasbourg) 행
인터시티 (InterCity) 열차 행선판

파리 동역(Paris Gare de l'Est)에서 스트라스부르까지 가는 인터시티 열차의 행선판입니다. 파리 동역-스트라스부르간은 프랑스 국철 (SNCF)에게도 중요한 철도간선이지만 태생은 사철입니다. 

프랑스의 철도 자체가 국가가 건설을 주도하고 국영으로 운영되는 형태가 아니라 개인 자본으로 건설된 사철이었고, 파리 동역~스트라스부르간 철도는 1845년에 파리-스트라스부르 철도회사에 의해 건설되어 후에 동철도회사(Chemin de Fer de l'Est)에 의해 운영되었다가 국유철도로 합병된 것이지요.

허나 2007년부터 동유럽 LGV선 (스트라스부르 고속선)으로 인해 TGV열차가 운행하면서 이 구간을 운행하는 일반열차는 거의 도태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사실 제가 가지고 있는 파리 동역~스트라스부르행 행선판은 뭔가 이상한데, 이 구간은 프랑스 국철(SNCF)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프랑스의 구간임에도, 열차의 행선판을 제작은 2005년 2월 독일철도(DB)의 뮌헨관리국에서 한 물건입니다. 

열차 등급 또한 독일에서 통용되는 특급열차인 인터시티(InterCity)라고 써 있는데, 실제 이 구간을 운행했던 재래선 열차는 프랑스 국철 SNCF의 코라유(Corail) 앵테르시테(Intercités)라서 등급은 같으나 명칭은 다르다고 봐야겠습니다.

독일 이베이를 조금 더 찾아보니, 실제 동일 구간의 프랑스 국철에서 사용하던 물건은 중간에 경유지인 낭시(Nancy)나 메츠(Metz)가 써 있고, 전혀 다른 디자인의 물건이라, 어찌보면 제가 가지고 있는 파리 동역~스트라스부르간 이 행선지 표시판은 만들어진 후에 단 한번도 실제 열차에서 사용하지 않았을 물건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파리 북역(Paris Nord) ~ 브뤼셀(Brussel) 간 
유로시티(EC) 에뚜왈 뒤 노르(Etoile du Nord)호 열차 행선판
 
이 녀석이야말로 독일제가 아닌 프랑스 국유철도 SNCF에서 사용하던 물건이네요. 파리 북역(Paris Gare du Nord)에서 브뤼셀까지 운행하는 국제열차 유로시티에 사용했던 겁니다.

에뚜알 뒤 노르(Etoile du Nord)호라는 이름을 번역하면 '북극성'이 되는데, 1924년부터 프랑스(파리) - 벨기에(브뤼셀) - 네덜란드(암스테르담)을 연결하는 역사와 전통의 국제선 열차였습니다. 오리엔트 급행열차와 같이 호화객차 태생으로, 운영사는 북철도회사(Chemins de Fer du Nord)였는데 프랑스 국철로 통폐합되었고, 2차 세계대전과 함께 운행이 중지된 적도 있었다네요.

1946년에 운행이 재개되었고, 1957년엔 1등차 전용의 유럽횡단급행(TEE)열차로 등급이 변경되었으나 1984년대에는 TEE에서 인터시티 등급으로 변경, 1987년엔 인터시티의 국제선노선인 유로시티(EuroCity)로 등급이 조정되었습니다.

그러나 특히 프랑스의 철도는 TGV로 인한 고속화에 따라 1996년에 고속철도 탈리스 서비스로 대체가 되면서, 1924년부터 달리기 시작한 역사와 전통의 에뚜알 뒤 노르호는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유럽철도 특히 이 형태의 독일식 행선판은 뒷면에도 동일한 구간과 열차번호가 적혀있는데, 이것은 프랑스 국철 SNCF 형태의 행선판이라 뒤집으면 이렇게 반대 경로와 열차번호가 나오네요.

아무래도 제가 구입한 이 행선판은 에뚜알 뒤 노르호의 마지막 시기였던 1987~1996년에 사용했던 물건 같습니다. 

파리 북역발 브뤼셀(암스테르담)방면은 EC87열차. 반대로 브뤼셀(암스테르담) 발 파리 북역행은 EC82열차입니다. 이 열차번호는 유럽횡단급행시절인 TEE열차 시절부터 물려받은 열차번호더군요.

1924년부터 1996년까지 약 70여년을 운행해왔던 역사와 전통의 열차는 이렇게 행선지표시판으로만 남았습니다.

콘스탄츠(Konstanz)발 도르트문트(Dortmund)행 
인터시티(IC) 2006열차 보덴시(Bodensee)호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장거리 특급열차인 인터시티열차답게 독일 남쪽 콘스탄츠에서 만하임(Mannheim), 마인츠(Mainz), 쾰른, 뒤셀도르프를 거쳐 도르트문트까지 서북쪽으로 종단하는 열차입니다.

열차의 애칭은 보덴시(Bodensee)는 독일 남쪽의 보덴 호수를 뜻합니다. 2006년에 만들어진 행선판인데 IC 보덴시호는 뒤셀도르프에서 도르트문트까지 중간정차역이 변경되어 2016년까지도 열차이름과 열차번호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2017년에 들어와서 열차 이름은 존치되었지만 열차 운행계통과 열차번호가 변경된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도르트문트 중앙역 (Dortmund Hbf)발 피렌체 산타마리아 노벨라(Firenze S.M.N)행 
야간열차(NachtZug) 행선판

상술한바와 같이 독일의 야간열차(Nacht-Zug)는 유로나이트(EN)와 시티 나이트 라인(CNL)으로 브랜드가 통합되면서 더 이상 쓰지 않는 등급입니다.

열차번호가 일단 다섯자리인 것을 보니 정규여객열차는 아니고 임시노선이 아닌가 싶습니다. 2003년에 도르트문트~피렌체간을 다녔다는 파편적인 인터넷 기록 외에는 해당 열차에 대한 자세한 기록을 찾을 수가 없네요.

피렌체 산타 마리아 노벨라 역은 개인적으로 2015년 유럽여행때 추억을 가지고 있는 역이네요. 여행 일정은 베네치아에서 고속열차를 타고 로마 테르미니역으로 곧장 가는 것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피렌체에 꼭 가보고 싶어서 여행사에 별도로 요청을 했고, 여행 일정 중에 저만 피렌체에서 하차하여 반나절을 둘러보고 저녁에 로마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피렌체 시내를 인상깊게 둘러보고 여행의 마지막인 로마 테르미니로 가기 위해 고속열차를 기다리는데, 정시운행따위는 엿바꿔먹는 이탈리아 국철 트랜이탈리아답게 피렌체역 전광판에는 열차 지연 15분은 우습고 60분 내지 90분 지연이라고 표시된 열차도 상당했습니다. 다행히 제가 타야했던 고속열차는 고속열차답게 지연 없이 피렌체에 도착했었지요.

피렌체 산타 마리아 노벨라 역에 혼자 내렸을때의 두려움, 열차 앞에서 사진을 찍어주던 일본인 관광객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정색하면서 North? South?를 묻다가 South라는 대답을 듣고 나서야 인상을 펴면서 '너도 알다시피 북쪽은 좀 Crazy하지 않냐'고 껄껄거리던 이탈리아 가죽장인 할아버지.
쿨하게 캐리어를 찾아주면서 즐거운 여행을 기원해줬던 피렌체역 캐리어 보관소 아저씨. 그리고 로마 테르미니행 열차를 기다리면서 바라보았던 피렌체 역의 번잡한 풍경.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빈 마이들링(Wien Meidling)역 - 로마 테르미니(Roma Termini)역 간
유로나이트 (EN) 234/235열차 알레그로 토스카호 열차 행선판 
  
알레그로 토스카호(Allegro Tosca)오스트리아 국철(OBB)에서 운행하는 야간열차입니다. 원래는 빈 중앙역 출발인데 빈 중앙역의 공사로 인해 일시적으로 빈 마이들링 역에서 출도착하던 시절의 행선판이네요.

2010년대 들어와서 유럽철도의 야간열차가 사양산업으로 인식되어 독일철도에서 운행을 포기하고 시티 나이트 라인(CNL)열차 또한 2016년을 끝으로 운행을 중지해버렸는데, 이제 유럽의 야간열차는 오스트리아 국철에서 운영하는 나이트젯(Nightjet) 브랜드의 유로나이트 열차만 남았습니다.

유럽 야간열차의 대부인 오스트리아 국철은 행선판 규격이 약간 다른게 특징입니다. 일반적으로는 A4사이즈를 쓰기 마련인데, 오스트리아 국철의 행선판은 A4보다 크기가 약간 작네요. 그리고 플라스틱 판을 쓰는게 아니라 최근에는 종이에 저렇게 코팅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인쇄된 종이를 코팅한 행선판이라고 해도 생각보다 두껍더군요.

유럽의 야간열차가 다 그러하듯이 EN234/235 알레그로 토스카호도 이 열차만 운행하는게 아니라 중간중간 다른 열차와 병결하여 한꺼번에 움직입니다. 빈을 출발한 열차는 베네치아 메스트레 역에서 독일 뮌헨에서 온 Lupus호와 연결하여 로마 테르미니까지 운행합니다. 휴가철에는 Lupus호 뿐만이 아니라 카 페리 열차까지 연결했다고 하는군요.

그런즉슨 베네치아 메스트레~로마 테르미니역 구간에서는 이탈리아 국철 기관차가 오스트리아 국철의 침대객차(토스카호)와 독일철도의 침대객차 (Lupus호)를 끌고 움직이는 기묘한 풍경을 볼 수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유튜브를 찾아보니 실제로 EN235열차가 3개 국적의 기차로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네요.

현재는 빈 중앙역의 공사가 끝나서 빈 마이들링역에서 다시 빈 중앙역으로 출도착역이 환원되었고, 운행은 밀라노 중앙역까지만 운행하는 것 같습니다.

로마 테르미니역은 저의 유럽여행의 종착지이자 뭐랄까 파리 북역을 능가하는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가뜩이나 소매치기가 많고 치안이 안 좋은 이탈리아인데 그 한복판에는 이 로마 테르미니역이 있는거지요. 워낙 흉흉한 소문들이 많아서 주변인들에게 농담 반 진담 반 섞어서 불지옥 로마 테르미니역이라고 불렀는데, 정작 이 당시에는 밀라노 엑스포 기간때문에 이탈리아 당국이 주요 관광지와 철도역에 군경을 쫙 풀어버린 관계(...)로 정말 별 일 없이 로마에 입성할 수 있었네요.

독일철도의 대체열차(Ersatzzug) 행선판

유럽의 철도강국은 아무래도 독일입니다. 일단 이런 열차의 행선판을 주로 모으는 양반들도 독일인들인 것은 둘째치고 열차 운행 또한 깔끔하게 하는 편인데, 파업이나 차량고장 등의 이런저런 이유로 열차운행이 중지되어도 독일이나 스위스는 열차편 자체를 결행시키기보다는 대체열차를 투입하여 운행합니다.

Ersatzzug는 대체열차편이라는 뜻이고 2. Klasse는 2등석이라는 표시네요.  

베를린 게준트부르넨(Berlin-Gesundbrunnen) 발 뮌헨(Munchen) 행 
인터 시티 익스프레스 (ICE) 고속열차 행선판

ICE라고 하면 독일 고속철도의 상징, 전두부가 매끈하게 잘 빠진 이체에 고속열차를 생각하기 쉽지만, ICE 1005열차는 과거 Metropolitan 서비스로 출퇴근시간에 주요 역에만 정차하는 고속철도 서비스인데, 객차형 고속철도 차량으로 운행되는 차량입니다. 지금은 ICE-스프린터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계속되고 있습니다.

보통 LED 행선안내표시기를 사용하는 이체에 고속열차 차량과 달리 객차형 고속철도 차량이라 플라스틱 행선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객차형 고속철도 차량이라고 해도 기관차나 Metropolitan 서비스로 개조된 객차는 고속화가 되어있어서 최대 220Km/h로 고속운전이 가능하니 200Km/h급의 고속철도라는 기준에 충족하므로 ICE라는 등급으로 운행하는 것이지요.

아무튼 이런 출퇴근용 라이너 서비스가 객차형 고속철도 차량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ICE라는 고속열차 등급이 붙은 플라스틱 행선판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파리 리옹(Paris Gare de LYON) 발 로마 테르미니 (Roma Termini)행
팔라티노(Palatino) 익스프레스 열차 행선판

딱 봐도 이건 독일철도에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 국철(SNCF)에서 사용했던 물건임을 알 수 있습니다. 프랑스 국철의 행선판은 플라스틱 재질이 아니라 두꺼운 마분지, 그러니까 종이 재질이더군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프랑스 국철은 1990년도 초반까지 이렇게 파란색 글씨에 종이로 된 행선판을 사용했는데,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형식입니다. 적어도 이건 1980년대 물건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파리 리옹역에서 로마 테르미니까지 운행하는 열차는 분명 없지요. TGV서비스로는 밀라노 남쪽으로는 운행하지 않고, 이 구간을 다니는 인터시티나 유로나이트 등급 열차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열차 중간 경유지도 뭔가 수상합니다. 프랑스 샹베리(Chambery)와 국경도시 모단(Modane)을 거쳐 이탈리아 토리노(Torino)와 제노바(Genova), 피사를 경유하는 것으로 표시 되어 있네요. 보통 로마 테르미니행은 밀라노와 피렌체를 거치는데 그렇지 않고 서부 해안가를 따라 움직입니다.

이걸 판매하던 밀라노의 이탈리아인 셀러도 별다른 코멘트를 하지 않아서 궁금했는데, 나중에 인터넷을 찾아보니 1890년에 운행을 시작한 로마 익스프레스(Rome-Express)가 1969년에 팔라티노 급행(Palatino-Express)로 명칭을 바꾸고 파리 리옹에서 토리노와 피사를 거쳐 로마까지 운행했었다는 정보를 찾을 수 있었네요. 당시 열차 시각표와 경유지를 토대로 팔라티노 급행열차에 사용하던 물건인 것 같습니다.

팔라티노 열차는 2011년까지 운행하였으며 말년에는 피렌체를 경유하기도 했었습니다. 2011년에 폐지되었다가 2012년에 경유지와 열차 운영사를 바꾸어 부활했다가 2013년에 다시 폐지되었습니다.     

빈 서역(Wien Westbf)발 스트라스부르(Strasbourg)행
유로나이트(EN) 468열차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Orient-Express) 열차 행선판

이걸 구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오리엔트 익스프레스라고 하면 전설의 동방행 초호화열차로 서구의 수많은 작품에 영향을 미쳤던 전설의 열차입니다. 국내에도 오리엔트 익스프레스는 오리엔트 특급열차로 잘 알려져 있지요. 사실 Express는 급행을 뜻하기 때문에 오리엔트 급행열차라고 하는게 맞지만, 고속철도의 등장 전까지는 사실상 Express가 최고등급이었으니 특급(Limited Express)이라고 번역해도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열차에 사용되던 물건이지만 이 열차는 전설로 내려오는 초호화 열차와는 거리가 먼 물건이었습니다. 1882년 첫 운행을 시작하여 전성기때는 이스탄불까지 운행되었던 초호화 침대열차였지만,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오리엔트 익스프레스는 초호화열차와는 거리가 멀어졌고, 1977년 파리~이스탄불간 마지막 여행을 끝으로 사실상 로망속의 오리엔트 익스프레스는 끝났다고 보는 의견이 많습니다.

하지만 1977년 이후에도 오리엔트 익스프레스는 각 나라의 국철 객차를 이용하여 존속했습니다. 파리 ~ 부쿠레슈티 혹은 때에 따라부다페스트간을 여전히 운행하였고,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유로나이트 등급으로 파리 ~ 빈 구간을 운영했었으니까요. 물론 열차는 프랑스 국철이나 각 나라의 일반 침대열차였고, 열차등급은 유로나이트였기 때문에 유레일 패스를 가지고 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2007년 파리~스트라스부르간 LGV고속선 개통으로 TGV가 운행하기 시작하면서 유로나이트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또한 단축을 면치 못하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오리엔트 익스프레스라는 이름의 열차는 파리 동역에서 볼 수 없게 되고 스트라스부르까지 단축운행을 하게 된 것이죠. 프랑스 국내선 구간이 단축당했으니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운영에 더 이상 프랑스 국철은 관여하지 않게 됩니다. 이 시기에 열차 운영은 유럽 야간열차의 대부인 오스트리아 국철(OBB)에서 담당하게 되었지요.

다만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열차의 출도착 시간에 맞게 스트라스부르에서 파리까지 연계하는 TGV열차가 짜여있었기 때문에 파리~스트라스부르간 이동은 TGV를 통해 보완되었습니다. 

유럽에서 야간 침대열차가 점점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2009년 12월을 끝으로 오리엔트 익스프레스도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이 행선판은 오리엔트 익스프레스가 폐지될때까지 사용했던 최후기 시대의 행선판입니다. 유로나이트 468열차는 2009년 12월 11일 빈 서역을 출발하여 다음날 아침에 스트라스부르역에 도착하면서 마지막 운행을 마쳤고, 이날 저녁에 복편인 469열차가 스트라스부르역을 출발하여 다음날인 12월 13일 오전에 빈 서역에 되돌아오면서 오리엔트 익스프레스는 126년의 시간을 뒤로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다만 전성기때의 초호화열차 시절을 재현하여 1920년대의 객차를 복원하여 관광열차로 운행중인 베니스-심플론 오리엔트 급행(VSOE)열차는 여전히 운행중이기 때문에, 정작 현지의 철도애호가들은 유로나이트 오리엔트 익스프레스의 마지막 운행에 큰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유로나이트 오리엔트 익스프레스는 1977년 이후로도 역사를 계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침대객차를 편성하는 수많은 유럽의 야간열차 중 하나일 뿐이었으니까요. 동방행 초 호화열차의 로망과는 아무래도 거리가 멀고 단지 열차 이름만 살아남은 것이라고 회의적으로 보는 의견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어찌되었던 1882년에 운행을 시작하여 2009년까지 운행한 오리엔트 익스프레스라는 열차명이 들어간 행선판입니다. 흔하디 흔한 유럽의 침대열차 유로나이트의 열차라고 하지만 어쨌든 오리엔트 익스프레스니까요. 이걸 손에 넣게 된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수서 고속철도 SRT 개통식 철도 (지하철포함)

2016년 12월 9일, 수서 고속철도 SRT가 개통하였습니다. 이미 수서 발 고속철도인 SRT 고속열차에 관해서는 지난 시승기를 통해 충분하게 소개를 드렸었지요. 개통 하루 전이었던 2016년 12월 8일. 고속철도 수서역에서 개통식을 거행하고 수서고속철도의 시작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고속철도 수서역에서 열렸던 개통식에는 황교안 국무총리와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주요 내빈으로 참석하였습니다. 개통식을 지켜보기는 했는데, 실수로 배터리를 챙기지 못한 문제도 있었고, 여러 문제로 사진을 많이 찍지는 않아서, 간략하게 개통식 분위기를 소개하는 정도로 하겠습니다.

2016년 12월 8일. 수서고속철도 SRT 개통식이 열린 고속철도 수서역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금 시점이지만, 12월 8일 개통식 직전에도 아무래도 시국이 시국이었던 지라, 개통식에 대통령이 참석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았을까라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역시, 박근혜 대통령 대신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신 참석하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행사의 격도 대통령 주빈 행사에서 국무총리실 주빈행사로 낮춰져서 거행되었지요.

수서고속철도 개통식 전경

2004년 3월 30일. 역사적인 경부고속철도 1단계 개통식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안 가결로 인한 직무정지 상태였기 때문에, 고건 대통령 권한 대행이 개통식의 주빈이 되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이번 수서고속철도 SRT 개통식이 있었던 12월 8일에는 탄핵소추안 표결 전이었기 때문에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 대행은 아니었습니다만, 어쩐지 10여년 전 경부고속철도 개통식때가 데자뷰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이었을지 모르겠습니다.

개통식 입장 비표

아무래도 국무총리가 주빈이었던 행사였던만큼, 개통식장이 설치된 고속철도 수서역 입구에는 보안검색대 설치 등 경호와 의전이 다소 엄격한 면이 없지 않았습니다. 개통식장에 입장할 수 있는 비표에도 국무총리실 문양의 스티커가 붙어있네요.

개통식 순서지

개통행사는 비교적 단촐했습니다. 1시 30분부터 식전공연이 있었고, 본행사는 2시부터 시작. 경과보고와 홍보영상 상영, 건설사업 유공자 표창 및 황교안 국무총리의 개통식 축하인사, 그리고 개통식 세리머니와 시승 정도로 약 40여분 정도였습니다.

시국이 시국이었는지 보통 이런 개통식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 국회의원, 지역의회 의장 등 많은 분들의 축사라는 이름의 훈화말씀과 자기 PR을 하시는게 일반적인데, 황교안 국무총리의 축사 정도여서 많이 놀랐습니다.

개통식 행사장은 비교적 단촐했습니다. 개통식 행사장 무대의 백드롭도 단순히 디스플레이 판넬을 조립해서 세워놓았고, 전체적으로 조형물을 사용하기보다는 디스플레이를 통해 영상으로 해결하였던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개통식 무대 단상

개통 세리머니 직후, 황교안 국무총리와 주빈들은 SRT 고속열차 시승을 위해 승강장으로 내려갔고, 저는 세리머니가 끝난 개통식 무대에 다가가 사진을 찍었습니다. 

시승열차는 수서역에서 지제역까지 왕복으로 운행했습니다. 시승열차 두 편성이 운영된 모양이고, 국무총리가 시승한 열차 외에 다른 한 편성은 일반인 시승도 비교적 자유롭게 이루어졌습니다. 굳이 시승을 위해 승강장에 내려가지는 않았는데, 이전과는 달리 열차 앞에 축하 꽃 장식이 없는 일반적인 모습이었던지라 안 내려가고 개통식장에 계속 있었던게 다행이었네요. 

수서고속철도 SRT 개통 기념 세리머니
ⓒ 한국철도시설공단

개통식 세리머니는 보통 개통 테이프를 끊는 퍼포먼스가 많은데, 10여년 전 2004년 경부고속철도 개통식때에는 희망의 메세지를 적어서 KTX 모형에 투입하면 KTX 모형이 양쪽으로 갈라지면서 개통 축하 문구가 표시되는 퍼포먼스였습니다. 당시 퍼포먼스에 사용되었던 KTX 모형은 현재 의왕시에 있는 철도박물관에 보관하고 있지요.

2010년 경부고속철도 전구간 개통식 때에는 당시에도 국무총리가 주빈이었는데, 특별한 세리머니 없이 가장 일반적인 개통 기념 축하 테이프를 자르는 퍼포먼스였습니다. 

2016년 수서고속철도 SRT 개통식때는 축하문구가 써 있는 원형 조형물을 지정된 자리에 꽂으면 글씨에 불이 들어오면서 축포가 발사되는 세리머니였습니다.

개통식 세리머니 조형물

이렇게 지정된 위치에 꽂으면 원형 조형물에 불이 들어오면서 글씨가 빛나게 되더군요. 저도 한번 들어봤는데, 마치 전구를 소켓에 꽂으면 불이 들어오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덧붙여, 원형 조형물에 적혀있는 문구를 모두 조합하면 수서고속철도 SRT개통 철도경쟁시대 개막이라는 축하문구가 됩니다.

수서고속철도 개통식 기념품

개통식 행사가 마치면 출구에서 기념 선물을 증정하는데, 역시 가장 일반적인 선물이었던 수건 세트였습니다. 수서고속철도 개통이라는 기념문구가 적혀있는 수건 2장이 들어있는 선물세트였습니다.

수서고속철도 SRT 개통을 축하합니다.
ⓒ 한국철도시설공단

2016년 수서발 고속철도 SRT 개통으로 서울 강남지역의 철도교통 수요의 창출과, 동탄신도시 지역의 광역교통망 확충. 고속철도 경쟁시대의 개막이라는 의의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고속철도 선로 자체의 소유권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가지고 있고, 코레일과 SR은 각각 KTX와 SRT라는 브랜드로 차량을 운행하는 주체이기 때문이 같은 선로를 두고 두 회사가 사실상 서비스 경쟁을 할 수 있는 것이지요.

물론 정부에서 치적처럼 선전하는 철도경쟁시대의 개막이라는 문구는 엄밀하게 어폐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전 시승기에도 자세하게 언급했다시피, 대주주로 한국철도공사 코레일이 지배하고 있고, 지배구조 표면상으로는 코레일의 자회사격인 셈이니까요. 

열차 운영도 마찬가지입니다. SRT 고속열차중 단 10편성이 SRT운영사인 SR에서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항공기 사양의 객실을 가진 차량이고, 사실상 대다수인 22편성은 코레일에서 임차해오기 전, 호남고속철도 개통과 함께 기 투입되었던 차량이기 때문에 기존 고속열차인 코레일의 KTX-산천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이유기도 합니다. 개통 직후 확인해보니 코레일에서 임차해 온 22편성에는 SR 발주 10편성과 사양을 맞주기 위해 객실 의자에 목베개를 설치해 놓은 정도였습니다. SR 발주 10편성과 코레일 임차 22편성간의 객실 사양간 불일치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는 SR측에서 고려해봐야 할 문제일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재무구조상으로는 코레일의 자회사라고 할 수 있겠지만 대주주인 코레일과는 운영서비스나 회사 가치관 등의 기업가치가 연결되있다기보다는 SR 자체적인 색채가 강하여 서비스나 운영 측면에서는 별개의 회사나 다름 없기 때문에, KTX와 경쟁체제라는 말이 타당한 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수서고속철도 SRT의 개통을 축하하며, 앞으로 SRT를 운영하는 SR이 수서고속철도 SRT만의 차별화 된 서비스를 발굴하고 지속해 나갈지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새로운 고속철도가 온다 - 수서발 고속철도 SRT 개통 전 시승 철도 (지하철포함)

2004년 4월 1일 역사적인 경부고속철도의 개통을 시작으로 시속 300Km/h의 고속철도 시대를 연 한국철도는, 2010년 10월 경부고속철도 전구간 개통과 2015년 호남고속철도 개통으로 본격적인 고속철도망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16년 12월 9일. 수서역을 출발하여 동탄, 지제역을 지나 기존 경부, 호남고속철도와 연결하여 운행을 개시하는 수도권고속철도 SRT 고속열차의 개통을 앞두게 되었지요.

고속철도 수서역

새롭게 운행을 시작하는 수서고속철도 고속열차 SRT주식회사 SR이라는 새로운 철도운영기관이 열차를 운영하게 됩니다. 기존 KTX와는 다르게 서울 남부의 수서역을 새롭게 건설하여 착발역을 삼고 운영하게 되지요.

지난 11월 14일부터 30일까지 SRT를 운영하는 주식회사 SR (수서고속철도주식회사)은 2016년 12월 9일 개통을 앞두고 최종 영업시운전을 진행하였습니다. 이 기회를 이용해서 저도 SRT를 개통 전에 미리 시승해서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2016년 11월 29일 아침, SRT 시승을 위해 고속철도 수서역을 찾았습니다. 수서발 고속철도 노선인 수도권고속철도 노선건설의 논의는 예전부터 있었고, 건설과 사업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는데, 실제로 고속철도 수서역을 보는 것은 처음이네요.

사실은, SRT를 직접 승차해본 뒤 이렇게 시승기를 쓰고 있지만서도, 아직까지도 수서역에 고속철도 역사가 새롭게 생겼다는 것이 생소하고 신기합니다.

수도권 고속철도, 소위 수서 발 고속철도의 건설논의는 예전부터 있어왔습니다. 서울 강남의 철도교통 연계 미흡이 꾸준히 제기되어왔었고, 강남에 고속버스터미널 등의 존재처럼 강남에도 고속철도역의 건설이 꾸준히 제기되어왔었습니다.

하지만, 애시당초 경부고속철도의 건설논의 당시, 지금처럼 서울역과 용산역 출발이 아닌 현 광명역, 당시 남서울역을 고속철도 출발역으로 삼으려다가 계획이 좌초되고 고속철도역을 서울, 용산역으로 이원화하여 개통하게 되었지요. 이런 이유로 초기 광명역의 승하차량이 처참하게 적었던 문제가 터져나오다보니 당장 수도권 남부의 광명역 이용객을 늘리는게 우선시되었고, 자연스럽게 서울 남부의 수서역 고속철도 계획은 무산되는 것처럼 보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2009년 수서발 고속철도 계획이 추진되면서, 수서~동탄~지제역을 통해 기존 경부고속선과 연결되는 수도권고속철도 계획이 통과되면서 수서발 고속철도 노선이 가시화가 되었지요.

상술하다시피 KTX는 원래 남서울역 (현 광명역)을 시종착역으로 삼고, 이 역을 기점으로 전용 고속선이 건설되었지만, 후에 이 계획이 폐기. 남서울역과 금천구청역간 고속선 연결선을 건설하여 기존 경부선과 연결. 서울~금천구청 구간은 기존 경부선을 사용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일반 여객열차와 1호선 광역전철이 오가는 경부선에 KTX까지 운행하려다보니 선로 용량은 포화가 되었고, 선로 용량과는 별개로 서울~금천구간 구간은 고속전용선이 아니기 때문에 열차 속도의 저하 문제까지 가지고 있지요.

이번에 개통되는 수서발 고속철도인 SRT수서~동탄~지제 전 구간이 고속철도 전용선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선로용량의 문제라던지 열차 속도의 저하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장점이 존재하고, SRT 운영사인 주식회사 SR도 이 점을 어필하고 있더군요.

고속철도 수서역 맞이방

새로운 철도노선을 승차해 보는 것은 언제나 설레입니다. 아직도 마무리 공사중이 한창인 고속철도 수서역의 문을 열고 역사 내로 진입해보면, 이렇게 꽤 커다란 역 맞이방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오전 7시 40분. 새로운 하루가 밝아오는 시간에 새로운 고속철도역 수서역에서 새로운 출발을 맞이하게 되는 셈이군요.

고속철도 수서역 SRT 매표창구

2016년 11월 29일. 제가 시승했던 날은 영업시운전 마지막(11/30)을 하루 남긴 시점이라 이미 역무시스템이나, 고객응대 등의 대부분의 채비가 끝나있는 상태였습니다. 남은 것은 역 구내 편의시설을 확충하는 마무리 공사정도였네요.

시승 승차권 발권

홈티켓을 이용해 시승열차표를 발권해 두었지만, 현장 창구를 이용해서 다시 발매할 수 있었고, SRT의 승차권을 보고싶어서 현장 창구에서 승차권을 재발권받았습니다.

승차권 자체는 현재 코레일 창구에서 발권해주는 감열식 영수증 용지 표와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하단에 해당 열차의 중간정차역도 안내 되어 있네요. 다만 다른 것은 상단에 SRT의 운영사인 주식회사 SR의 로고와 홍보문구가 인쇄된 정도입니다.

코레일과 SRT는 상호발권시스템이 체결되어 있는 관계로, 한국철도공사의 역에서 KTX는 물론이고 SRT 승차권의 발매가 가능하고, 역으로 SR 소속역에서 KTX 승차권 발권도 가능합니다. 

아무래도 수서발 고속철도 SRT를 운영하는 회사가 민자회사 주식회사 SR이지만, 표면상으로는 코레일이 지분을 일부 투자하기도 했으니 일부 시스템은 코레일과 유사한 면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발권창구와 역사를 둘러보면서, 설치중인 자동발매기를 살펴보았는데, 심지어 코레일 동대구역에서 사용하던 발매기를 가져와서 설치하는 모양이더군요.

역 맞이방입니다. 우측으로 아직 편의시설 등의 공사가 진행중이지만, 사실상의 공사가 마무리 된 모습이었기 때문에 영업시운전을 위한 열차 시승 고객을 맞이하기에는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상단의 열차 출도착현황을 알려주는 전광판도 정상운영중입니다.

SRT 시승 고객평가단을 환영하는 문구

SRT 고객평가단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된 영업시운전 시승 고객들을 위해 수서역에는 내내 환영 안내 문구가 전광판에 표시되었습니다. 문득, 10년도 더 된 2004년 3월 경부고속철도 개통을 앞두고 당시 철도청에서 진행했던 영업시운전때의 기억이 생각났습니다. 

2003년에 경부고속철도 시승객으로 서울~동대구간을 승차했던 기억부터, 2004년 3월 대국민 영업시운전까지. 경부고속철도 개통의 기대를 안고 시승열차에 올랐던 그 설레임과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제가 승차할 시승열차는 수서역을 8시 48분에 출발하여 부산역에 11시 23분에 도착하는 SRT 7855편 열차였습니다.

그러고보니 열차의 운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면 수서-부산간 52600원이라는 운임이 책정되었습니다. KTX 서울-부산간 운임은 59800원인것을 감안하면 저렴한 것은 사실이지만, 특실요금 가산금액은 SRT가 높고, 코레일의 할인제도 등이나 수서역의 접근성 등을 생각해보면 서울 강남 및 남부지역의 수요객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수서역 맞이방과 지하철 3호선 환승통로 (좌측)

뒤를 돌아보면 이렇게 지하철 3호선 수서역과 연결되는 통로(좌측)와 역 맞이방을 볼 수 있습니다.
 
아직 지하철 3호선 연결통로는 개방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고속철도 수서역측 공사는 다 끝난 것 같은데, 아직 지하철 3호선측 공사가 진행중인 것도 있고, 시승객과 일반 승객의 혼란 방지를 목적인 것 같습니다. 

수서역 화장실 빈자리 안내 모니터

고속철도 수서역에서 의외로 인상깊었던 것은, 화장실 입구에 설치된 빈자리 안내 표시였습니다. 변기의 종류 구별은 물론 빈자리, 사용중, 청수중, 수리중 등의 상태가 안내되어 있고, 동선도 안내되어 있더군요.

사진 오른쪽 방면이 승차권을 발권할 수 있는 맞이방 방면입니다. 기존 KTX 역에도 존재하던 고객 전용 라운지가 그 옆으로 설치되었는데, SRT 고객라운지는 우리은행에서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시승평가단계라 무료로 개방하고 있었지만, 12월 9일 개통 이후부터는 우리은행 카드 소지자 등에게만 개방되는 모양입니다.

역 구내에는 시승객들을 위해 수서 발 고속철도 건설사업에 관한 브리핑 자료들이 판넬로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수서 발 고속철도 운영사인 주식회사 SR은 당시 수서고속철도주식회사라는 이름으로 2013년 국토교통부의 추진으로 고속철도사업의 민간개방 및 경쟁운영이라는 계획으로 설립되었습니다.  

관련하여 기존 코레일이나 철도노조 등의 반발이 많았고, 결국에는 완전 민간 개방이라기보다는 코레일이 일부를 출자하여 자회사식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지만, 한때 자회사로 있었던 코레일공항철도 (현 공항철도주식회사)처럼 직접적 운영까지 연계되어있다기보다는 재무적인 투자에 가까운 성격인지라, 서비스나 운영 노하우에서의 코레일과의 연계성은 희박하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수서고속철도 홍보관

역 구내에서는 특이하게도 국토교통부와 철도건설유관기관인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운영하는 수서고속철도 건설 종합홍보관이 부설되어 있습니다. 아쉽게도 이른 아침인 시간이라 수서고속철도 홍보관을 체험해 볼 수는 없었네요.

고속철도 수서역 지하 승강장

열차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직도 제가 수서역에 거대한 고속철도역이 들어서 있다는 것이 믿을 수 없는 것은, 수서역이 지하 고속철도역사로 건설되어있기 때문입니다. 

해외에는 지하고속철도 역사가 꽤 존재하고, 수서고속철도와 연계되어 건설계획중인 수도권 대심도 급행전철 GTX도 차후 이런 지하철도역으로 건설될 예정입니다만, 광명역사는 반지하로 건설되어 있는 것을 생각해볼 때, 이렇게 지하로 내려와서 고속철도를 타게 되는 것은 적어도 저에게는 첫 경험인 것 같습니다. 

승강장 번호는 6번까지 존재합니다. 건너편에는 이미 시운전중인 열차 한 편성이 대기해 있네요. 

정식 개통 전이기 때문에, 역사 구내에는 아직 공사 표어들이 붙어있습니다. 며칠 후 다가올 개통 후에는 볼 수 없는 귀중한 장면들이겠지요.

고속철도 수서역 역명판

고속철도 수서역사의 역명판입니다. 수서가 기점인 것도, 다음역이 동탄역이라는 것도 아직은 적응이 잘 안 되네요. 그동안 당연하게 보아왔던 코레일의 역명판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 깔끔한 고딕체는 좋았지만, 아무래도 SR 자체의 아이덴티티가 빠져있어서 심심한 느낌도 듭니다.

수서 발 고속철도 SRT 130000호대 차량

승강장엔 이미 승차할 SRT 고속열차 전용차량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차량번호는 기존의 코레일에서 표기중인 고속철도차량 번호부여방식과 동일한 130000호대 차량입니다. 제가 승차할 열차는 305편성이네요.

마침 열차의 커플러를 시험삼아 개방하고 있었습니다. 기존 KTX차량이나 KTX-산천차량과 같이 자동커플러를 통해 중련운행도 가능합니다. 실제로 SR의 열차운행계획을 참고하면 중련편성 운행이 결정되어 있습니다.

종전 KTX에서는 옆에 KTX라는 고속열차 브랜드가 붙어있었는데, KTX가 아닌 SRT라는 브랜드의 고속열차를 직접 보니 묘한 느낌이 납니다. 

작년 유럽 여행에서 이탈리아에 가서 타 봤던 국철 트랜이탈리아(Trenitalia)의 고속철도 프레치아 로사(
Frecciarossa). 그리고 이와 경쟁하는 민영고속철도회사 NTV의 이탈로의 느낌일까요. 재미있게도 수서발 고속철도 민간업체 개방 이슈때 많이 언급되었던 사례 또한 이탈리아 국철 트랜이탈리아와 민간회사 NTV였었습니다.  
 
2015년부터 운행 중인 호남 고속철도용 120000호대 KTX-산천 Type-B형.
SRT 개통과 함께 코레일에게 임차하여 개조, SRT 열차로 운영할 예정이다. 

사실 2015년 4월부터 소위 호남고속철도용 차량이라고 알려진 120000호대 KTX-산천 Type-B 열차가 운행하고 있었습니다. 색상도 SRT 열차 색상과 동일한 보라색이었지요.

총 22편성을 코레일에서 운영하다가 이번 수서발 고속철도 SRT로 전부 이적되어서 SRT 등급으로 운행됩니다. 주식회사 SR의 지분을 코레일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코레일에게 120000호대 22편성을 임차받아서 운영하고, SR 자체적으로는 130000호대 10편성을 신규로 발주받아 총 32편성의 열차를 SRT로 운영하게 되는 셈입니다.

출발 대기중인 130000호대 SRT 고속열차

다만, 코레일에서 임차해오는 120000호대 22편성 열차는 SR 자체적으로 발주한 130000호대 10편성과는 완전히 같은 차량은 아니고, 심지어 내장재도 차이가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시승행사에서는 SR 자체적으로 발주한 차량인 130000호대 차량만 이용할 수 있었고, 코레일에서 임차해오는 차량은 개통에 앞서서 SR 발주 차량에 준하는 객실 시설의 개조작업도 검토하는 모양입니다만, 앞으로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차량 외관은 앞서 이야기했던 2015년 호남고속철도용 120000호대 KTX-산천 Type-B와 비교적 동일한 느낌입니다. 크림색 차체에 보라색으로 부분 도장되어 심플하지만 세련된 느낌이네요.

SR 소속 역사인 수서, 동탄, 지제역에는 이렇게 LCD 모니터로 열차 출도착을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아직 개통 전이라 디자인적인 면 보다는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는지에 역점을 두고 있는지, 열차 출도착안내가 잘 안 보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당시 시승행사라는 것을 감안해야겠습니다만, 수서역에서 열차를 시승하기 전에 역사 내 맞이방에서 열차 출도착안내방송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직은 미흡한 부분이었네요.

SRT 열차는 기존 KTX-산천열차와 같이 10량 1편성으로 이루어졌고, 앞뒤 동력차를 제외한 8량에 객실이 설치되었습니다. 수송량을 증대하기 위해서 2편성을 중련으로 연결해서 운행하는 복합열차로도 운영할 수 있지요. 이미 코레일에서 운영하는 KTX-산천과 같은 열차운영입니다.

1~8호차중에 특실은 3호차에 편성되어있는데, 특실은 수서로 되돌아오는 상행열차를 이용했고, 부산으로 내려가는 하행열차에서는 4호차를 이용했습니다.

SRT 일반실

SRT 일반실은 2 x 2 배열로 코레일의 KTX 차량보다도 좌석거리나 의자의 리클라이닝 면에서 대부분 개선된 모습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일반실임에도 의자 아래와 의자 뒤로 콘센트가 있어서 1좌석당 1콘센트 이용이 가능해졌습니다.

SRT 일반실 교통약자우선석 (4호차)

하지만 저는 운이 좋게도 일반실 4호차에 시승을 할 수 있었는데, 사실 4호차는 일반실보다 한 단계 높은 등급의 Private Class로 운영하기 위해 계획되었고, SRT 전용 130000호대 10편성 열차도 이에 맞춰서 3단계 객실 등급 사양으로 발주가 되었습니다.

위 프리미엄 일반실이라는 이름로 특실보다 저렴하고 일반실보다는 비싼 중간단계의 좌석을 판매하려던 계획이었던 것이지요.

SRT 일반실 교통약자우선석 (4호차) 좌석 
원래는 특실과 일반실의 중간 단계로 발주되었지만, 등급 이원화 결정으로 일반실에 편입되었다. 
 
그러나 3단계 객실 등급 운영은 무산되었고, 특실-일반실 이원화 등급으로 운영하기로 결정. 4호차는 교통약자우선석이라는 이름의 일반실로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일반실과 요금은 동일합니다.

확실히 특실과 일반실의 중간단계로 기획되었던 객실이었기 때문에, 좌석에 목베개가 붙어있는 것이 특징이네요. 차후에 코레일에서 임차해오는 기존 KTX-산천 120000호대도 교통약자우선석이 반영될지도 눈여겨 볼 만 합니다.

차내 모니터

수서역을 출발하여 곧장 고속선에 진입한 SRT 시승열차는 전용선로를 질주해 동탄, 지제역을 거쳐 경부고속철도 본선과 합류, 기존의 코레일이 운영하는 KTX와 같은 선로를 달립니다. 덕분에 천안아산부터는 코레일에서 운영하는 기존 고속철도역에 KTX와 함께 정차하는 셈이 되었고, KTX와 SRT가 함께 정차하게 되어 고속철도 운행편수가 증가되었습니다.

다만 아직 시험운전중이라 차내 모니터에는 동일한 컨텐츠 영상이 반복상영 되었고, KTX를 승차하면 고속주행시 주행속도가 모니터에 표기되기도 하고, 현재 통과중인 지역이 표시되기도 하는데, 시승과정에서 살펴본 결과 상하행 모두 관련한 내용이 표출되진 않았습니다.

수서역을 떠난 SRT 7855열차는 동탄, 지제, 오송, 대전, 동대구를 거쳐 11시 23분 부산역에 도착하였습니다.   

부산역에 도착한 SRT 시승열차

수서에서 타고 온 SRT 열차 뒤로 KTX가 보입니다. 아직까지는 SRT라는 수서발 고속철도도 생소하고, KTX와 SRT라는 두 브랜드의 고속열차가 생긴 환경도 생소합니다. 두 열차가 공용으로 운행하는 경부선 천안아산~부산, 호남선 목포구간에서는 승객들의 혼란이 없도록 각별한 안내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전광판에 SR시운전으로 표시되어 있다.

코레일 구간에서 SRT 시승열차는 SR 시운전이라고 전광판에 안내되고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SRT라는 열차 등급으로 표시가 될 예정이니, SR시운전이라고 표시된 전광판은 개통을 앞두고 볼 수 있는 귀중한 장면인 셈입니다.

부산역 맞이방
 
부산역에는 정말 오래간만에 왔습니다. 특히 부산역에 올 때마다, 증축된 부산역은 2010년 경부고속철도 전구간 개통식을 지켜봤던 장소 (관련포스트 보기) 라 경부고속철도 건설사업의 마침표를 찍는 역사의 순간을 이 곳에서 함께 했었다는 기억에 어쩐지 벅차오릅니다.

부산대교와 영도의 풍경

SRT 시승은 시승이고, 부산 관광은 부산 관광입니다. 부산에서 4시간의 체류시간을 얻을 수 있었고, 함께 동행했던 친구와 부산에서의 4시간을 알차게 사용했습니다.

매일 14시 정각에 다리를 들어올리는 영도대교의 도개장면

무엇보다도, 예전부터 꼭 보고 싶었던 부산 영도대교의 도개장면을 드디어 볼 수 있어서 소원을 성취했지요. 부산에 가면 매번 들리는 곳, 지금도 부산에 간다면 제일 좋아하는 장소. 부산 롯데백화점 광복점 옥상정원에서 매일 오후 2시에 10분간 이루어지는 영도대교 도개장면을 직접 보고, 사진으로도 남길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부산타워와 용두산 공원

롯데백화점 광복점 11층의 러버덕

게다가 뜻하지 않은 수확. 2014년 잠실 석촌호수에 있었던 러버덕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롯데백화점 광복점 11층에 있더군요. 러버덕 프로젝트가 종료된 이후, 잠실 롯데월드몰 여기 저기에 있던 러버덕 모형이 트럭에 실려서 어느날 국민대앞에 나타나 내부순환로를 타고 정릉터널쪽으로 사라지는 것을 학교에서 봤었는데, 이렇게 부산에서 다시 만나게 되다니. 정말 반가웠습니다.

총 5마리의 러버덕이 부산 롯데백화점 광복점 11층을 지키고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부산에 다 모아놓기보다는 잠실 롯데월드몰에 두 마리 정도 다시 전시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부산역으로

짧은 부산체류시간이 끝나고 다시 수서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부산역에는 이렇게 KTX와 SRT, ITX새마을, 무궁화호 열차의 등급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KTX와 SRT가 동시에 정차하는 역에는 대부분 이렇게 안내표시판 설비가 마무리 되었네요.

수서행이라고 써 있는 SRT 시운전 열차의 일반 승객 승차를 방지하기 위해 여기저기 이렇게 안내문이 붙어있습니다.

아무래도 전광판에 수서행이 떠 있는 것을 보고, 일반 승객들의 문의를 하기도 하고, 서울행 KTX 티켓을 가지고 있는 승객이 수서행 표는 어떻게 끊느냐고 문의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주식회사 SR이 코레일의 자회사 개념으로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지만, 앞서 다뤘던 것처럼 재무적인 투자 관계이고 사실상 운영상 관련이 없는 회사다보니, KTX와 SRT 고속열차간의 승객 오승시 운임정산 등에서 복잡해지리라 생각합니다. KTX와 SRT은 운영사가 서로 다른 별개의 열차라는 것을 강조하고, 승차 전 오승방지를 위해 많은 안내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15시 53분에 출발하는 SRT 7862열차를 타고 수서로 되돌아갑니다. SR 시운전이라 표시된 안내전광판을 다시 찍어봅니다.


 
수서역으로 되돌아가는 SRT 7862열차 307편성
 
행선지는 수서행으로 표시

열차 LED행선지에 수서행이라고 표시됩니다. KTX 개통을 앞두고 호남선 열차에 용산행이라는 표시를 봤을때의 느낌일까요. 그동안 서울이었으면 서울이었지, 용산이나 수서라는 지명을 보고 서울이라는 것을 과연 알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기도 했었지만, 이제는 그런 걱정은 기우였던 것 같습니다. 분명, 수서행이라는 행선지도, 수서가 서울에 있다는 것을 알기에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SRT 특실

수서행 상행열차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3호차 특실을 이용했습니다. 2 x 1 배열에 넓직한 의자, 목베개, 그리고 특실서비스 물품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특실 의자입니다. 확실히 의자가 넓고 앞뒤간격이 여유있어서 쾌적합니다. 의자 뒤에 설치된 선반은 마치 항공기에서 사용할법한 사양으로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의자를 뒤로 젖히는 리클라이닝 기능을 위한 버튼인데, 이거 심지어 전자식입니다. 좋아보이기는 하지만, 전자식이라는 게 잔고장의 우려도 있으니 아무래도 관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반대쪽 팔걸이에는 방송 및 음악 서비스 청취를 위한 오디오 장치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특실에만 설치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일반실에도 다 설치되어 있고, 기존 KTX도 마찬가지이라 크게 다른 점은 없다고 봐야겠습니다.

특실 좌석 중 출입문 앞쪽은 아무래도 차내 모니터를 보기 어렵다보니, 이렇게 개인별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어서 인상 깊었습니다.

SRT 특실 서비스 물품

특실 서비스 물품입니다. 시승기간동안에 특실에만 지급한 것은 아니고, 일반실 승객을 포함한 하행열차의 모든 승객에게 지급하고, 대신 상행열차에서는 SRT 시승 설문지와 펜을 나눠주는 것으로 운영하더군요. 

내용물은 쿠키 1개와 견과류 한 봉지, 물수건과 구강청결제가 들어있었습니다. SRT의 특실을 승차하면 이런 특실물품 제공과 생수를 제공받게 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박스에 그려진 SRT 고속열차의 그림인데, 이거 박스 3개를 모으면 SRT 고속열차의 그림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번에 하나를 받았으니, 앞으로 특실 두 번을 더 이용하라는 것 같습니다. (웃음)

SRT 서비스와는 별개로, 고객시승단 행사 자체에서는 여러 문제가 있었습니다. 특히 특실좌석의 중복발권 문제가 있었는데, 저도 같은 경험을 했네요.

분명 앱이나 홈티켓으로 예약을 했고, 발권티켓이 있는데, SR에서 단체 시승객을 모집했는지 표 없이 문자를 들이밀면서 여기가 우리 좌석이라고 실랑이가 있었습니다.

일단은 특실 빈 좌석으로 안내받아서 수서역까지 무사히 시승할 수 있었지만, 중복발권의 문제, 무표승객 승차, 시승권 암표거래 등의 문제로 SRT 시승행사의 미숙함이 나타났습니다.

수서행 열차에서는 SRT 시승평가 설문지를 나눠주었다.

상행열차에서는 SRT 시승 후 시승평가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SRT 고속열차의 차내 시설이나, 역무원과 승무원들의 친절, 깨끗하게 청소된 열차, 새롭게 건설된 전용역에는 높은 점수를 주었지만, 승차권 발권 시스템과 중복좌석 발권에 대한 대응 미비, 시승행사 자체의 문제점은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었습니다. 

2004년 3월 KTX 개통 전 대국민 영업시운전때는 모든 좌석을 오픈해서 실제 운영과 동일하게 승차권 발권과 여객수송을 시행했었던 것을 생각하면, SRT 시승행사는 전 좌석 오픈이 아니라 좌석의 절반정도만 오픈했다고 차후에 해명하는 등. 아무래도 운영미숙이 나타났던 것 같습니다. 이번 시승행사로 SR측에서도 관련문제를 피드백 받아서 개선하겠지요.


고속철도 동탄역과 스크린도어

어느덧 열차는 기존 경부고속선을 벗어나 지제연결선을 통해 수도권고속철도 전용선으로 진입. 지제역을 지나 동탄역에 정차했습니다. 동탄역지하 고속철도역사로 건설되었는데, 재미있게도 이렇게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고속철도역사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것은 아무래도 처음이라 인상깊었네요. 열차와 승강장 사이 스크린도어간 간격이 넓게 설정된 것도 인상깊었습니다. 차후 수도권 대심도 급행전철 GTX가 개통하기 전까지, 동탄신도시측에서 부담하여 수서-동탄간 출퇴근열차를 운영한다는 계획이 있어서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저녁 6시 38분. 시승열차는 종착역 수서역에 다다랐고, 시승행사를 마무리합니다. 아직 지하철 3호선 환승통로가 다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승강장 종단의 지하철 3호선 환승통로는 개방하지 않았네요.

SRT 시승행사 종료. 부산에서 수서까지 승차한 SRT 7862열차 307편성

양해를 구하고, SRT 열차의 사진을 한 장 찍고, 반나절간의 부산행 SRT 시승을 마무리합니다.

수서역 맞이방으로 올라왔는데, 그 사이에 전광판 디자인이 바뀌었습니다. 12월 9일 개통때는 실제로 이 디자인의 전광판 안내로 SRT 승객을 맞이할 것 같습니다.

2016년 12월 9일. 수서 발 고속철도 SRT 개통을 앞두며.

수서에서 출발하는 민간고속철도 사업자 주식회사 SR의 새로운 고속열차 SRT를 체험해보면서, 고속철도 경쟁시대가 성큼 다가왔음을 느꼈습니다. 시승을 하면서 느꼈던 문제점이나 미숙한 점은 개통을 불과 이틀 남긴 이 시점에서 보완하고 개선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서울 동남부 강남지역의 고속철도수요를 흡수할 것으로 보이는 수서발 고속철도 SRT는 2016년 12월 9일 첫 운행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새롭게 다가올 수서발 SRT 고속열차를 다 같이 기대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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